[농촌 Zoom 人] 경남 함양 농촌 지킴이, 박세원 ‘숲속언니들’ 대표
도시청년과 토박이 할머니 이어주기
토속음식 만들며 삶의 지혜도 터득
전입신고 이어져 마을 정착 큰 성과
“도전·열정 가지고 함양으로 오세요”


새로운 삶을 찾아 농촌으로 떠나고 싶다. 주머니 사정은 녹록지 않다. 그래도 해당 지역을 모자람 없이 경험해볼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머물렀으면 한다. 여기에다 다양한 체험을 할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젊은이가 있다면 경남 함양 농촌 지킴이 박세원 농업회사법인 ‘숲속언니들’ 대표(27)를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는 함양에서 젊은 친구들과 지역 어르신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회운동가다. 11일 함양읍 용평리 지리산함양시장 인근 숲속언니들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그는 ‘고마워 할매’ 프로그램 제4기 참가자와 ‘함양 제철음식 페스티벌’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어서였다.
“‘고마워 할매’ 프로젝트는 함양에 일정 기간 체류하려는 외지 청년과 토박이 할머니를 연계해주는 게 핵심입니다.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청년은 인연을 맺은 할머니로부터 다양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되지요. 오랫동안 지켜온 토속음식이나 시골 살림살이 등을 말입니다.”
박 대표와 함양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창원에서 태어나 산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러다 부모님이 아토피로 고생하는 동생을 고려해 함양으로 이사했단다. 박 대표는 중학교 2학년 2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족을 따라 전학 오면서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게 됐다.
함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선 문화콘텐츠를 전공했다. 부지런하고 우직한 성격 때문이었을까. 한 전공 교수의 눈에 들어 재학 중 KBS에서 인턴으로 영상편집일을 맡는 행운을 얻었다. 그곳에서도 인정받아 졸업 후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유명 방송사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런데 함께 일하던 선배가 “돌아갈 고향이 있다면 그곳에서 네 역량을 펼치는 것도 좋다. 새로운 기회가 펼쳐질 수도 있다”며 조언했고 고민이 깊어졌다.
“언젠가 도시에서의 삶이 ‘거대한 시계 속 톱니바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하철을 타면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화면에 빠져 있는 모습에 마치 외딴섬에 살고 있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죠. 함양엔 장류사업을 하는 어머니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고, 저 역시 웬만한 영상 제작, 글쓰기, 편집 디자인을 혼자서 할 수 있으니 농촌에서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답니다.”
결심이 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짐을 쌌다. 그리고 함양으로 향했다. 한동안 어머니의 전통 장류사업을 확장하는 데 열정을 쏟았다. 그러다 지난해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라바·뚜뚜·이슬과 같은 비슷한 나이대 친구들이 속속 합류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곳에서는 본명을 부르지 않는다. 박 대표의 별칭은 콩콩언니다.
문득 ‘고마워 할매’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까닭이 궁금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낯선 곳에서 한달 살아보기’가 유행인 건 아시죠? 함양을 찾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며 전통문화를 간직해온 할머니를 소개해줘 삶의 지혜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착안을 실행에 옮긴 겁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과는 뚜렷했다. 한 기수마다 한명 이상이 함양에 전입신고를 했거나 직장을 잡았다.
참가자에게 쏟아지는 특전이 어마어마해서일까. ‘고마워 할매’ 인기는 갈수록 높아진다. 1기 때 8명을 모집했는데 경쟁률이 10대 1을 기록한 이후 더욱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참가자에게는 2주간 머물 숙소를 제공해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면 점심이나 저녁도 얻어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낯선 시골살이를 하며 동네 할머니와 금세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전국에 계신 청년분들, 뭘 망설이나요. 도전정신하고 열정만 가지고 함양으로 오세요. 내년엔 함양에서 나는 농특산물을 주제로 한 식당을 열 계획이거든요.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조만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마워 할매’ 5기생 모집공고를 낼 거예요. 이 기회!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인 겁니다. 하하하∼”
함양=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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