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산책하다 주운 나무도 땔감도 모두가 좋은 공예재료죠”

입력 : 2022-09-28 00:00

[농촌 Zoom 人] 강원 고성 목공예가 김현우씨

카페 운영하는 친구 덕에 귀촌 결심

아름다운 숲풍경에 영감 많이 받아

특별한 ‘나무 항아리’ 만들기에 주력

입소문 나면서 가구주문 늘어 행복

“목공 강의 통해 나무의 소중함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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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목공예가가 강원 고성의 작업실에서 나무 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나무 재질을 자연스럽게 살린 공예작품에는 그만이 가진 포근함과 아름다움이 더해져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한적한 시골에 작업실을 차리는 게 소원이었어요. 고개 들면 울창한 나무가 보이고, 산책하다가 주운 나뭇가지나 돌멩이로 자유롭게 작품 활동할 수 있는 곳을 원했죠.”

강원 고성군 토성면엔 아담한 목공예 작업실이 하나 있다. 작업실 주인 김현우 작가(33)는 2020년 겨울에 서울에서 이곳으로 왔다. 고요함 속에서도 나무 깎는 소리와 함께 톱밥 치우는 작업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가 고성에 오게 된 건 근처에 카페를 차린 친구 덕분이다. 친구가 카페에 둘 테이블과 의자 제작을 김 작가에게 의뢰한 것. 김 작가는 매주 고성을 오갔고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이내 귀촌을 결심했다.

“고성엔 어디 가나 나무가 많아요. 제 작업실 한쪽 벽에 큰 창을 냈는데 반대편 숲이 마치 액자에 걸린 듯 한눈에 보여요. 여기서 작업할 때 영감을 많이 받아요.”

33㎡(10여평) 남짓한 작업실에 들어서면 거대한 나무판자가 눈에 들어온다. 빈 공간 없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모두 어른 키 2배만 하다. 참나무·단풍나무·벚나무·호두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김 작가는 표면이 부드럽고 작품을 만들면 따뜻한 느낌이 나는 호두나무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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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작가가 만든 목공예품들.

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는 ‘나무 항아리’다. 나무를 둥글게 깎고 속을 파내 만든 항아리 모양 장식품이다. 나무는 습기에 약하고 변형이 잘 일어나 보통 규격화된 가구를 많이 만드는데 김 작가는 흔하지 않은 특별한 장식품 만들기에 더 주력한다.

“도자기로 만든 항아리가 익숙하지만 저는 나무로 만든 것이 더 친근하고 예뻐 보이더라고요. 나무마다 나뭇결이 다 달라서 작품에 어울리는 무늬를 찾는 재미도 있어요.”

그는 귀촌 후 만든 작품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서울에선 정돈되고 평범한 재료로 작업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고성에선 달랐기 때문이다. 옆집 어르신이 땔감 하라고 던져준 감나무, 해변에 떠밀려온 이름 모를 나무까지 여기저기서 모은 재료가 늘 작업실 한편에 쌓여 있다. 크기와 상태가 제각각이라서 기계를 쓰기 어렵지만 오히려 손으로 일일이 깎고 다듬으며 나무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오래된 나무를 파보면 웜홀(벌레 구멍)이 보이고, 크고 작은 틈이 예술적으로 나 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찰하다보면 저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작품이 탄생하게 되죠. 작품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김 작가는 농촌 어르신과의 소통에도 앞장선다. 목공예를 할 때 나무를 평평하게 하거나 조각을 하면 톱밥이 나오는데 그는 이를 주변 농가에 무료로 나눠준다. 양계장 바닥에 폭신하게 깔거나 밭에 비료로 뿌리기 좋아 어르신들이 앞다퉈 가져간다. 톱밥이 모일 때쯤 되면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작업실을 찾아오곤 한다.

고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유명 인사가 됐다. 그가 고성군 죽왕면 카페 ‘드레’와 ‘테일’ 인테리어를 담당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강원 전역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서다. 카페뿐만 아니라 음식점과 숙박업소에 들어갈 가구·집기류를 제작한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제 가구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제작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최근엔 다양한 콘셉트 카페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와 맞춤형 가구 제작에 몰입하고 있는데 즐거운 나날입니다.”

요즘은 목공예 매력을 알리는 데도 공들이고 있다. 작업실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목공예 강의를 진행하는데 한번에 3∼4명씩 찾아와 듣는단다. 톱을 만져본 적 없는 초보라 할지라도 3개월만 배우면 책꽂이 하나쯤은 뚝딱 만들 수 있다. 수업을 듣는 사람은 20∼40대로 연령대가 다양하고 대부분 가까운 지역주민들이다. 이중엔 1년 넘게 장기 수강 중인 수제자도 있다.

“귀촌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위 많은 사람에게 목공예의 즐거움을 전파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생기거든요. 버려진 나뭇가지, 죽은 나무도 내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멋진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하고요. 주변 모든 사물을 허투루 볼 수 없죠. 하하.”

고성=서지민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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