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동지에 왜 팥죽 먹을까?

입력 : 2022-12-19 00:00 수정 : 2022-12-19 05:55

‘양기’ 상징 붉은색이...‘음기’ 귀신 몰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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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구전민요 ‘밀양아리랑’의 한 부분이다. 동지섣달 엄혹한 추위를 견디고 활짝 핀 꽃을 보듯 반갑게 나를 봐달라는 화자의 간곡한 심정이 드러나 있다. 이렇듯 동지는 우리 조상의 삶에서 중요한 절기였다.

동지는 24절기 가운데 22번째 절기로 올해는 양력 12월22일이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 태양이 황경(태양계 천체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 270도에 있을 때라서 다음날부터 점차 낮이 길어진다. 그래서 혹자는 동지를 태양의 부활이라고 여겼고 민간에서는 ‘작은설’이라 부르며 설 다음가는 중요한 날로 쳤다.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동지를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한다”며 “날이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조상은 동지 때 새해 달력을 서로 주고받으며 다양한 풍습을 즐겼다”고 덧붙였다.

동지 하면 빠질 수 없는 음식이 팥죽이다. 팥죽을 먹는 것은 작은설을 맞아 액운을 물리치려는 조상의 오랜 풍습이다. 양기를 상징하는 팥죽의 붉은색이 음기 넘치는 귀신을 쫓아낸다 여겼다. 조선시대 풍속을 정리해놓은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에도 동짓날 팥죽을 먹었다는 내용이 있다.

조상은 의식과 함께 동짓날 팥죽을 먹었다. 우선 뭉근하게 끓여낸 팥죽을 대문이나 장독대에 뿌려둔다. 이는 집 안으로 귀신이나 재앙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팥죽을 정갈하게 그릇에 담아 조상의 위패를 모셔놓는 사당에 올려 고사를 지낸다. 이어 팥죽을 방과 장독·헛간 등 집 안 곳곳에 돌아가며 놓아둔다. 팥죽이 다 식은 다음에야 온 가족이 오순도순 한술씩 먹으며 배를 채웠다.

이 과장은 “우리 조상은 동지뿐 아니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팥을 꺼냈다”며 “병에 걸리면 팥죽을 길에 뿌려뒀고 상을 당했을 때는 이웃에 팥죽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동짓날 팥죽을 먹고 나선 그날 날씨를 보고 이듬해 운을 점쳤다. 동짓날 따뜻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믿었고 반대로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다가올 가을에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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