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토종 팥앙금과 누룽지쌀의 만남…맛있어 입이 ‘떡’

입력 : 2022-12-19 00:00 수정 : 2022-12-20 08:06

토종 팥으로 찹쌀떡 만드는 ‘도리도리떡도리’

긴 겨울밤·수능날에 먹던 대표간식

누룽지향 ‘고향찰’로 빚어 구수한 맛

흑임자·앙버터 등 여러 재료와 조화

 

“찹쌀떡 사려, 메밀묵 사려!”

긴긴 겨울밤 창밖으로 들려오는 찹쌀떡 행상의 낮고 우렁찬 목소리를 기억하시는지. 든든히 저녁밥을 먹고도 어느새 출출해져 입이 궁금할 때쯤 딱 맞춰 등장하는 그네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50줄을 넘긴 중장년층이라면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사시사철 다채로운 주전부리가 넘치는 요즘이지만 찬바람 부는 계절이면 골목 어귀에서 팔던 찹쌀떡과 메밀묵이 그립다.

특히 찹쌀떡은 겨울이 되면 더욱 간절해진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에 찹쌀떡을 주고받아서일까. 겉에 묻은 하얀 찹쌀가루가 소복이 쌓인 눈을 떠올리게 하는 걸까. 속에 든 달곰한 팥소가 12월 동짓날 먹는 팥죽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쫀득한 반죽과 달곰한 앙금이 어우러진 찹쌀떡이 야식으로 유명한 데엔 특별한 연유는 없다. 다만 소화가 잘돼 밤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아서라는 설이 있다. 팥엔 탄수화물 소화·흡수를 돕는 비타민B가 풍부하다. 또 피로해소에 효과적이고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도 유익하다. 그러면서 포만감은 높으니 적은 양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잠들기에 딱 좋다. 겨울철 간식으로 그만인 찹쌀떡. 우리 팥으로 속을 채워 더욱 맛있는 찹쌀떡을 맛보러 대구에 갔다. 수성구 신매시장에 자리 잡은 ‘도리도리떡도리’ 떡집은 10년 동안 찹쌀떡만 판 전문점이다.

속에는 달큰한 팥앙금을 담고, 겉에는 담백한 통팥을 묻힌 오메기떡.

이곳 맛의 비결은 ‘우리농산물’이다. 이 떡집은 검은빛을 띠는 토종 팥인 거두로 앙금을 쑨다.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건 이종래 사장이 10년 전 떡집을 시작할 때부터 고집한 철칙이다. 이 사장은 “좋은 맛은 우수한 재료에서 나온다”면서 “외국산과 견줘 가격이 더 비싸지만 맛을 생각하면 신선하고 질 좋은 국산 제품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초반엔 농가를 수소문해 계약재배로 팥을 공수하다가 몇해 전부터는 아버지 이정재씨가 경북 영천에서 농사를 지어 재료를 댄다. 앙금은 통팥 형태가 살아 있다. 이 사장 말에 따르면 경북 사람들은 고운 앙금보단 씹는 맛이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찹쌀도 남다르다. 강원도 철원에서 나는 향찰을 쓴다. 누룽지향이 나는 <고향찰>로 떡을 빚어 구수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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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앙금을 쑤고 있는 이종래 사장.

이 사장은 떡 대신 빵이나 케이크 같은 서양식 과자를 즐겨 먹는 젊은층의 입맛을 붙잡고자 신제품 개발에 앞장선다. 은은한 단맛을 지닌 팥은 여러 재료와 어울려 조리법을 다양화하는 데 유리하다.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 조리법을 차용해 팥앙금에 버터를 끼워 넣은 앙버터찹쌀떡은 MZ세대(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다.

겉에 콩고물을 묻히고, 반죽에 쑥을 넣어 향긋한 쑥찹쌀떡.
잘게 부순 땅콩과 아몬드를 묻혀 씹는 맛을 살린 견과류찹쌀떡.

쑥을 넣어 반죽을 빚고 겉에는 콩고물을 묻힌 쑥찹쌀떡, 콩고물 대신 흑임자가루에 굴린 흑임자찹쌀떡은 장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담백하고 소박한 기본 찹쌀떡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이른바 ‘스테디셀러’다. 내년에는 아버지가 직접 기른 <샤인머스캣>을 활용한 이색 찹쌀떡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지유리 기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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