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강릉 명태식해…‘새콤달콤’ 밥도둑이 여기 있었네!

입력 : 2022-12-14 00:00 수정 : 2022-12-14 17:22

[향토밥상] (21) 강원 강릉 ‘명태식해’ 

생선에 밥 넣고 삭혀 ‘새콤달콤’

고춧가루·파·마늘 넣어 양념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반찬

발효과정서 감칠맛·향 생겨

채썬 무 넣으면 씹는 맛 일품

막국수·수육과도 ‘찰떡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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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밥을 넣어 삭힌 명태식해는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흰쌀밥에 올려 먹으면 잘 어울린다. 강릉=김건웅 프리랜서 기자

식해와 식혜. 글자는 한끗 차이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다. ‘식혜’는 쌀알이 동동 뜬 달콤한 음료고 ‘식해’는 젓갈이다. 강원 강릉에선 없어선 안되는 밥반찬으로 통하는 ‘명태식해’를 찾아가봤다.

식해는 밥을 넣은 젓갈이다. 이름부터 밥 ‘식’ 자와 생선으로 담근 젓갈 ‘해’ 자를 쓴다. 갓 잡은 생선에 소금과 밥을 넣어 삭힌 다음 고춧가루·파·마늘 등으로 양념한 음식이다. 밥은 쌀밥·찰밥·차조밥 등 집집마다 내려오는 방식대로 넣는다. 쌀 전분이 분해되면서 생긴 유산이 소금과 함께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해 ‘저염장 발효식품’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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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 중앙시장에서 파는 각양각색 식해.

밥을 넣은 젓갈이라니 맛이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에선 식해를 종류별로 파는 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명태식해를 비롯해 가자미식해, 명태 아가미 식해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10여년 동안 이곳에서 식해를 만들어 판매해온 ‘언니네 반찬’ 가게 주인 방미라씨(61)는 “동해안에는 서해안보다 조수 간만의 차가 작아서 소금이 부족해 밥을 대신 넣어 삭히게 된 것”이라며 “옛날에는 집집마다 식해를 만들어 제사상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 간다는 명태식해를 맛보기용으로 주문했다. 방씨는 가게 진열대에 푸짐하게 담겨 있는 명태식해를 크게 한국자 퍼서 포장 용기에 담는다. 위로 소복하게 올라온 도톰한 명태 살 한점을 떼어 입에 넣어본다. 혀끝에 닿자마자 새콤달콤하다. 식해는 젓갈이지만 짭짤한 맛이 거의 없다. 생선을 삭힐 때 넣는 엿기름이 밥과 만나 발효되는 과정에서 독특한 향과 감칠맛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취향에 따라 식해에 무를 두껍게 채 썰어 넣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들면 오독오독 씹는 맛이 있어 여느 밥 도둑이 부럽지 않다. 방씨는 “강릉 사람들은 보통 밑반찬으로 집에 한통씩 쟁여놓고 먹는다”며 “생선을 통째로 삭혀 먹으니까 칼슘 보충에도 좋고 도루묵·청어·갈치 등 다른 생선으로도 만들기가 가능해 질리지 않고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반찬이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강릉 토박이보다 멀리서 온 관광객들이 명태식해 맛집을 더 찾는다. 이들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명태식해를 올린 막국수와 수육이다. 1978년 처음 문을 열어 2대째 운영하고 있는 연곡면 방내리 ‘본가 동해막국수’는 주말이면 기본 한시간은 기다려야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신미영씨(55)는 “구수한 메밀면과 매콤한 명태식해 조화를 잊지 못해 강릉에 여행 올 때마다 방문하는 단골이 많다”며 “따뜻한 수육 한점에 명태식해를 올려 먹으면 간이 적절해 된장·고추장이 필요 없다”고 먹는 법을 일러줬다.

강릉=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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