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특선코스를 아시나요?…천안 찻집 ‘심지’ 가보니
철철이 어울리는 차·다식 차림 준비
찻잎 등 설명 곁들여…손님들 ‘흥미’
가을차 코스 ‘호평’…겨울차도 진행
하동 ‘호중거’ 하루 두팀만 예약받아
부산 ‘티사운즈’ 비건 다과 구성 눈길

최근 다양한 차를 이야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차 특선코스(티 오마카세)가 주목받고 있다. 차 특선코스는 차와 어울리는 다식을 초밥 코스요리처럼 차례로 내놓는 것을 뜻한다.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지·역사 등을 함께 들으며 자신의 취향도 확인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식음료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차 특선코스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찻집 ‘심지(心知)’에서 만났다.
계절별 다른 차를 드려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 변화를 차로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심지에 다녀간 손님이 남긴 방명록의 한 구절이다.

심지는 임준희(30)·임윤희(29) 자매가 올해 문을 연 찻집이다. ‘마음을 알다’라는 뜻의 심지에선 그동안 놓치고 지내던 나의 마음을 차로 들여다보자는 뜻을 담았다. 심지는 계절마다 다른 차 특선코스를 준비한다. 계절에 어울리는 차, 제철 식재료로 만든 다식으로 구성한다. 바리스타 경력이 있는 언니 임준희 대표는 차, 조리를 전공한 동생 임윤희 대표는 다식 담당이다. 최근에는 가을 차 특선코스를 선보여 손님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심지는 어느 소설가 작업실처럼 아늑하다. 군데군데 차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큰 유리창 근처에는 초밥 전문점처럼 4인 정도 앉을 수 있는 차 특선코스 공간이 있다. 자리로 가니 오늘의 차를 소개한 안내서가 놓여 있다. 가을 차 특선코스는 다과가 곁들여 나온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임준희 대표가 단단 작가의 책 <매일매일 채소롭게>에서 영감을 받아 책 속 문장을 주제로 차 코스를 구성했다.

첫번째 순서는 ‘그 계절의 기운’이란 제목으로 하동 여름 홍차와 고구마 쿠키가 나왔다. 경남 하동에서 차농사를 짓는 ‘차쟁이’ 홍만수씨가 전통방식으로 솥에 덖은 차를 썼다. 여기에 임준희 대표가 가을을 상징하는 꽃인 캐모마일(국화)을 더해 가을 느낌을 물씬 냈다. 차를 주기 전엔 찻잎을 약간 덜어 손님들에게 어떤 찻잎이 쓰였는지 보여준다.
“차를 끓이면 물과 섞여 어떤 찻잎을 쓰는지 알 수 없잖아요. 이렇게 보여드리면 손님들이 훨씬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다음 차는 ‘주황은 적당하다’라는 제목으로 다르질링 오텀차와 당근라페 오픈 샌드위치가 나왔다. 당근라페 오픈 샌드위치는 당근을 채 썰어 간하고 햄과 함께 바게트에 얹은 요리다. 임윤희 대표 솜씨다.


이어 나온 차가운 시나몬 루이보스 밀크티와 스트레이트티도 흥미롭다. 밀크티엔 원래 우유가 들어가는데 소화가 어려운 유당불내증이 있는 손님들을 위해 두유로 대신했다. 향긋하면서 고소하다. 마지막 순서는 얼음을 넣은 보성 녹차에 레몬셔벗, 블루멜로티를 넣은 레몬셔벗 플라워 그린티다. 유자차로 만든 젤리도 곁들였다. 마치 칵테일을 연상시키는 차엔 작은 마법이 숨겨져 있다. 레몬을 넣은 녹차(산성)에 블루멜로티(알칼리성)를 넣으면 연노란색 차가 화학작용에 따라 분홍색으로 바뀐다. 이 모든 코스를 즐기는 데는 1시간∼1시간반이 소요된다. 가격은 1인당 2만5000원이다.
“차를 마신다고 하면 왠지 고리타분하죠. 차를 물처럼 마시기보단 재밌는 이야기와 다양한 방법으로 즐겼으면 했어요. 지방엔 차 특선코스를 하는 곳이 많지 않거든요. 차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생각하고, 자기를 돌아보고, 차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바라요. 겨울 차 특선코스도 마침 이번주부터 진행하니 놀러 오세요.”
전국 차 특선코스는
심지 말고도 전국 곳곳에 차 특선코스를 하는 찻집이 많다. 대부분 예약제라 미리 확인 후 방문하는 게 좋다.
경기 안양 시우티하우스는 1시간∼1시간반 동안 차 세종류를 시음하는 ‘차 테이스팅 코스’를 운영한다. ‘베이식(기본)’과 ‘프리미엄’으로 나뉜다. 다양한 다기도 볼 수 있다. 1인당 3만∼5만원. 차의 고장으로 유명한 하동의 호중거도 3시간 동안 차 세종류를 마시는 3만원 코스를 운영한다. 하루에 딱 두팀만 예약 받고 찻집도 고즈넉한 곳에 있어 쉬기 좋다.
부산 티사운즈는 현대적인 찻집이다. 비건 다과도 나온다. 차 특선코스인 ‘티 세리머니’는 오후 3시30분에만 예약 운영한다. 가격은 1인당 3만원. 제주 서귀포시 오설록 티뮤지엄은 차 특선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티소믈리에 설명을 들으며 차를 즐길 수 있는데 차 특선코스 전용 건물인 티스톤이 현재 보수 공사 중이라 내년 5월 다시 문을 연다. 가격은 ‘그린티 코스’ 기준 1인당 3만원. 대신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는 ‘티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천안=박준하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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