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 ‘준혁이네 농장’ 가보니
셰프 20여명과 함께 운영 공유농장
물냉이·유채꽃·한련화·라즈베리 등
150평 밭에 100여 가지 식물 ‘빼곡’
요리에 맞게 그때그때 쓸 재료 수확
다음 사람몫 남겨두는 건 기본 매너
소유보단 공유. 최근 화두로 떠오른 공유경제가 우리 삶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다. 그동안 사람들이 생산과 소비에만 집중했다면 이젠 생산된 재화를 공유하며 그 가치를 높이는 데 주목하고 있다. 농업도 다르지 않다. 농지는 물론 생산시설, 재배 현장의 농업 가치를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이 쏟아져 나온다. 지역농업 현장을 찾아 공유농업이 이뤄지는 과정을 살펴봤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셰프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날락한다고 소문난 곳이 있다. 바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 ‘준혁이네 농장’이다.
준혁이네 농장은 진건읍 진관산업단지 공장 사이에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 6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한개 비닐하우스가 공유농장 형태로 운영된다. 세번째 위치한 비닐하우스가 바로 셰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공유농장 ‘셰프스 팜(Chef’s farm)’이다. 이곳에선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100여가지의 희귀 식용꽃과 허브를 재배한다. 팜 안으로 들어가면 495㎡(150평) 규모 밭에 형형색색의 식물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샐러드에 올려 먹으면 싱그러움을 더할 수 있는 물냉이,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을 가진 식용 유채꽃을 비롯해 토종 고수, 라즈베리 등이 건강하게 자란다.

농장 운영주 이장욱 대표는 “먹어보고 싶어도 찾기 어려운 특별한 식물만 취급해 셰프들에게 인기가 좋다”며 “서울 강남에서 한식 레스토랑 ‘권숙수’를 운영하는 권우중 셰프를 비롯해 ‘주옥’의 신창호 셰프,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등이 자주 찾는다”고 소개했다. 이곳은 셰프 20여명과 이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유농장이다. 이 대표는 꾸준히 셰프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농장에 어떤 작물을 심을지 결정한다. 셰프들은 같은 작물이라도 자신이 구상하는 요리에 따라 단단함, 당도 등을 맞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은 작물에 일일이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최소 6개월 단위로 ‘사용료’를 낸다. 이곳의 구성원이 되면 농장을 찾아오는 횟수와 수확량에 제한이 없다. 다만 다음 사람이 농장에 왔을 때 부족함 없이 작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셰프스 팜을 4년째 이용하고 있는 권 셰프는 “메뉴를 구상할 땐 꼭 이 대표와 상의해서 이곳에서 재배하는 작물에 맞춰 코스 메뉴를 짜곤 한다”며 “평소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부터 이곳에 방문해 그때그때 쓸 재료를 수확한다”고 말했다.
셰프스 팜의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농장에 방문하기만 해도 한번에 100여가지 신비로운 작물을 만나게 되니 셰프들은 이곳에서 무궁무진한 도전을 할 수 있다. 권 셰프는 요즘 한련화에 꽂혀 있다. 파스타를 만들 때 진한 주황색을 띠는 탐스러운 꽃을 한송이 올리면 접시 위에 예술 작품이 탄생한다. 입에 넣고 면과 함께 씹으면 알싸한 매콤함이 느껴져 손님들 평도 좋다고 한다. 이 대표는 “셰프들은 농장에서 이 꽃 저 꽃 뜯어 먹어보고 허브향을 맡아보면서 새로운 요리법을 떠올리곤 한다”며 “한 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하기보다는 다양한 재료를 소규모로 생산해 고품질 먹거리를 조달하는 것이 이곳의 목적이자 장점”이라고 했다.
공유농장을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주인 의식’이다. 자기 밭을 가꾸듯 농장을 이용하는 것. 셰프스 팜은 벌써 7년차에 접어들었다. 물론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 많은 양의 작물을 수확해 가서 뒤늦게 온 사람이 필요한 재료를 제때 못 가져간 적도 있었다. 또는 수확 방법을 몰라 뿌리까지 뽑아버려 어렵게 키운 작물을 훼손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 대표는 일일이 수확 방법을 설명하고 또 작물의 특징을 알려주며 안정적으로 농장을 관리했다.
이 대표는 “셰프들은 다양한 재료를 언제든지 활용해 쓸 기회를 구매한 것이고, 농사를 짓는 나는 작물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일 수 있는 여유를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꽃과 허브 말고도 오이·호박 등 큰 채소들도 공유농장 형태로 키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서지민 기자, 사진=지영철 프리랜서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 게시판 관리기준?
-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 농민신문
-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