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장난감’은 없다

입력 : 2022-12-13 09:08 수정 : 2022-12-13 10:17
HNSX.20221212.001358874.02.jpg
Fat Brain Toys에서 노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장난감

서러운 건 나이만이 아니다. 노인은 놀이를 충분히 즐기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2명이 노인이라지만 노인용 장난감은 아동ㆍ성인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빈약하다.

예를 들어 전국에 위치한 장난감 도서관에서는 아동에게 장난감을 대출ㆍ반납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에 위치한 코끼리공장은 장난감을 수리ㆍ개조해 전국에 기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슬라임 열풍이 불어 성인들도 가지고 놀기에 좋은 다양한 슬라임들이 시장에 출시됐다. 이외에도 문구점에 가면 성인용 레고ㆍ건담ㆍ퍼즐 등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장난감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교육용 장난감 제조업체이자 소매업체인 Fat Brain Toys 누리집을 들어가보면 대부분의 장난감 사용자 연령이 65세 미만인 것을 알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장난감의 최고 이용률도 20%밖에 되지 않았다.

네이버 검색화면

우리나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서 ‘노인 장난감’이라고 검색해보면 전체 4514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904건이 해외 수입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품 종류도 대부분이 구식인 퍼즐놀이ㆍ원목놀이ㆍ칠교놀이ㆍ테트리스ㆍ바둑판 등 뿐이다. 아동ㆍ성인용 장난감이 색다른 소재와 이용법으로 날마다 다양해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마저도 일부 상품을 클릭해보면 ‘상품을 찾을 수 없다’는 공지사항이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유통업체인 인터파크에 들어가봐도 마찬가지다.

농촌에서는 고스톱이 노인의 유일한 장난감이다. 노인회관과 복지관이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노인들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고스톱을 치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장난감의 부족은 놀이의 부재와도 즉결된다. 놀이의 부재는 순수한 즐거움이 없는 삶을 의미한다.

노인 장난감은 즐거움 뿐만 아니라 치료 효과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노인인구는 857만7830명인데 그 가운데 추정치매환자수는 10.33%인 88만6173명이다. 진행 경과상으로 보면 초기 단계인 경도 비율이 41.4%다. 양동원 치매학회 이사장은 “치매 전 경도인지장애 관리와 예방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며 기존의 치매 환자 발굴에만 힘쓰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치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두뇌 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노인용 장난감은 유용하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의 삶의 질에 대한 논의도 더욱 다양해져야 할 것이다.

이유정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