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부동산 이야기] (70) 겨우살이가 편해야 전원 명당
개별지하수·마을상수도 함께 갖춰야
동파 최대한 막고 이상 땐 즉시 조치
좁거나 경사진 진입로 각종 위험 산재
많지 않은 눈도 제때 치우는 게 상책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12월의 어느 날 밤. 강원도 산골에 사는 필자는 그 열광의 시간을 함께하기는커녕 집 밖에서 추위에 떨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왜? 바로 물 때문이었다.
경기 시작 30분 전쯤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았다. 집 밖에 설치된 지하수 펌프가 멈춰 선 것. 추운 겨울에 집과 창고에 물이 돌지 않으면 당장 먹고 씻고 사용할 물을 얻지 못한다. 자칫 난방배관이나 상수도관이 얼거나 동파되기라도 하면 최악의 ‘겨울 악몽’을 피할 수 없다.
다행히 필자의 집과 농장에는 상수도가 두개 있다. 땅속 100m 아래에서 퍼 올리는 지하수는 2010년 귀농 이후 줄곧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9년 봄에 마을상수도가 들어왔다. 두 상수도는 서로 연결돼 있어 만약 개별 지하수에 문제가 생기면 대신 마을상수도를 틀어 사용하면 된다.
시골집이나 터를 구할 때 개별 지하수와 마을상수도를 함께 갖출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만약 개별 지하수만 있다면 한겨울 펌프와 상수도관 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얼어서 막히거나 동파되면 시간과 돈이 들 뿐 아니라 생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예 겨울에 빈집으로 관리하려면 상수도 및 난방배관의 물을 모두 빼놓거나 보일러 온도를 외출(10℃ 안팎)보다 높은 15℃ 이상으로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이상이 생긴 지하수 펌프와 마을상수도 계량기, 연결 상수도관 등은 최대한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가급적 업자를 부르지 않고서도 임시 조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손 놓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얼거나 동파되기 쉽다. 필자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지하수 펌프의 고장 원인을 찾아내 자가 조치했다.
가까스로 물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밤새 집 마당과 진입로에 하얗게 내린 눈이 시야에 들어왔다. 필자 집의 진입로는 80m가량 된다. 경사도 비교적 완만하다. 그렇지만 눈이 조금이라도 쌓이면 즉시 치운다.
이렇게 강박적으로 제설작업을 하는 이유가 있다. 귀농 첫해 첫눈이 내리던 날, 필자는 이웃 면 철물점에서 넉가래·빗자루 등 제설도구를 사서 돌아오다가 완만한 눈길에서 차가 미끄러져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천만다행으로 터럭 하나 다치지 않았지만 차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후 필자에게 눈은 동심의 힐링보다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시골에선 완만한 길에 많지 않은 눈이라도 제때 치우는 게 상책이다. 햇볕에 녹아 물이 된 눈이 해가 지면 다시 얼어붙어 안전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겨울 좁고 길거나 경사가 급한 진입로에는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비포장도로는 말할 것도 없다. 귀농·귀촌 터를 찾을 때 이런 진입로 주변의 땅은 반드시 겨우살이를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시골 겨우살이 훼방꾼으로 ‘동장군’도 빼놓을 수 없다. 강원도 산골은 한파가 몰아치면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0℃ 아래로 떨어지는 날도 드물지 않다. 이때 왜 따스한 햇볕이 오래 드는 양지의 땅이 좋은지, 왜 칼바람을 피할 수 있는 땅이어야 하는지 절감하게 된다.
풍수명당이란 간단히 말해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다. 이는 겨우살이를 통해 제대로 검증 가능하다. 결국 겨우살이가 편해야 살기에 좋은 전원명당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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